본문 바로가기

커뮤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2)

https://youtu.be/9duoqzjpmdg?si=Iz0FOcnf6ZPLnTiW

 

 

 

1986년 12월 24일.

 

 눈은 소리 없이 쌓이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 런던 외곽의 좁은 골목은 평소보다 더 적막했다. 키이스는 코트 깃을 세운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깨 아래로 흘러내린 검은 머리칼이 눈발에 젖어들었고, 검은 눈동자는 무언가를 계산하듯 가늘게 빛났다. 늘 그렇듯 단정한 정장 차림, 흐트러짐 없는 외형. 겉으로만 보면 흠잡을 데 없는 청년이었다.

 

 추운 바람에 입김이 구름처럼 흩어졌다. 쌀쌀맞은 바람이 때리듯 지나친 뺨이 붉게 달아올랐다. 습관적으로 확인한 손목시계의 시간은 7시 57분. 평소보다 몇 분 늦을 시간이었다. 키이스는 입꼬리를 매끄럽게 올려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나와 동생을 생각했다. 그들의 인사, 따스한 공기, 저녁 식사의 냄새. 키이스의 발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집 앞에 다다랐을 때, 이상하게도 집은 잠든 것처럼 고요했다. 창문 너머로 새어나와야 할 따뜻한 불빛은 간헐적으로 깜빡였고, 전등이 숨을 고르듯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문손잡이를 잡는 순간, 금속의 차가움 너머로 설명할 수 없는 서늘함이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마치 이 집이 더 이상 그를 맞이하지 않는 것처럼.

 

 문을 열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냄새가 그를 맞았다. 피와 먼지, 그리고 부서진 것들의 냄새. 거실은 난장판이었다. 의자가 뒤집히고, 액자가 깨진 채 가족 사진이 반쯤 찢겨 있었다. 바닥에는 발자국이 뒤엉켜 있었고, 싸움의 흔적이 선명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비올라?”

 

 동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눈을 감지 못한 채, 무언가를 끝까지 보려 했던 표정으로. 손은 허공을 향해 뻗어 있었고, 마치 누군가를 붙잡으려다 놓친 것처럼 굳어 있었다.

 

 순간, 숨이 막혔다. 폐 안으로 공기가 들어오지 않는 기분이었다.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비정상적으로 뛰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버렸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수잔느!”

 

계단을 뛰어오르며 누나의 이름을 불렀다. 발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렸다. 집 전체가 텅 빈 것처럼, 그의 소리만 메아리쳤다.

 

문을 열어젖히자, 침대 옆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보였다.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희미하게, 끊어질 듯 이어지는 호흡.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고, 그녀의 손끝은 이미 창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그는 무릎을 꿇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아. 내가 왔어. 지금—지금 바로…”

 

 말은 빠르게 쏟아졌지만, 그 안에는 아무 근거도 없었다. 키이스는 지팡이를 더듬더듬 꺼내 들었다. 손이 떨렸다. 익숙해야 할 주문이 혀끝에서 미끄러졌다.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되뇌었지만, 마법은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다. 방 안의 공기가 어딘가 일그러진 듯, 흐름이 맞지 않았다.

 

 물약이라도 있었다면 누나를 살릴 수 있었을까, 더 열심히 마법을 연습했다면 누나를 살릴 수 있었을까. 이순간,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이 의미를 잃었다. 그러나 하늘은 자책조차도 허락하지 않았다. 수잔느의 고개가 키이스의 쪽으로 힘없게 돌아갔다. 키이스는 누나를 붙잡고 그녀의 이름을 외쳤다. 그녀의 눈꺼풀이 떨리는 모습이, 유독 그의 망막에 선명히 새겨졌다.

 

“샤오웨이…”

 

 누나의 입술이 힘겹게 움직였다. 그가 고개를 숙였다. 숨이 닿을 만큼 가까이.

 

“여기 있어. 말하지 마, 힘 아껴.”

 

 그녀는 미약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처럼, 아이를 달래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나라의 언어가 아닌, 기억에 각인된 고향의 언어였다.

 

“虽然会有很多艰难的时刻,但还是要听话,乖乖地生活。”

 

 어릴 적, 좁은 방 안에서 둘이 나란히 앉아 있던 기억이 스쳤다. 밖에서 들려오던 부모의 고함, 그리고 그 사이에서 조용히 손을 잡아주던 누나.

 

 그녀의 손이 그의 옷깃을 약하게 붙잡았다. 그 힘이 너무도 약해서,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다시 새된 소리를 흘렸다. 생명력이 빠져나가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위태로운 목소리였다.

 

“그리고 너만은… 살아남아…”

 

 그 말은 부탁이었으나, 키이스는 명령으로 이해했다. 그가 평생 따라야 할 방향처럼, 이미 정해진 길처럼. 키이스가 그녀의 말을 미처 받아들이기도 전에,

 

수잔느의 손 힘이 풀렸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진 것 같았다. 바깥에서 내리던 눈소리도, 집 안의 미세한 흔들림도 전부 끊겨버린 듯했다.

 

 키이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녀를 끌어안았다. 체온이 빠르게 식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손끝에서부터, 팔을 따라, 심장까지 식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품 안에서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존재를, 그는 붙잡고만 있었다.

 

 혼자가 되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명확하게, 잔인하게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붙잡아줄 사람은 없다는 것. 이제, 그가 따르던 사람은, 없었다.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울음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감정이 너무 커서, 오히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린 채, 공기를 들이마시려다—결국 터져 나왔다. 짧고, 갈라진 절규. 목이 찢어질 듯한 소리. 한 존재의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는 곧 터져버린 풍성처럼 힘을 잃고 의미없는 신음으로 가라앉았다. 그조차 상처입은 짐승이 숨을 내쉬는 조용한 소리로 변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딘가에서, 아주 미세한 소리가 났다. 나무가 긁히는 소리, 혹은 발걸음이 멈추는 소리.

곧 그의 시야에 계단을 스치는 그림자가 들어왔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에 젖은 시야 너머로, 문가 쪽 어둠이 일그러져 보였다. 빛이 닿지 않는 구석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미묘하게 흔들렸다.

 

아직 누군가가 있다.

 

 그는 천천히 누나를 내려놓았다. 손이 떨어지지 않아 잠시 멈칫했지만, 결국 놓았다. 떨리는 손으로 지팡이를 마지막으로 붙잡을 수 있는 무언가처럼 쥐었다. 손등에 핏자국이 번져 있었다. 누나를, 비올라를 죽인 범인일까, 분노로 손이 떨렸다. 그러나 키이스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긴장도 증오도 담지 않았다. 그저 공허할 뿐이었다. 키이스는 기계적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을 수행했다.

 

“……누구지.”

 

메마른 목소리가 조용히 퍼졌다.

 

 

C. 단아한

'커뮤'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ursday’s child has far to go (1)  (0) 2026.04.27